Antique Furniture Story - Cabinet

Prologue

앤틱 이야기를 쓰다 보면 국내에는 자료가 대부분 없기도 하고, 이런 종류의 글을 작성하셨던 분도 없기 때문에 영문 서적과 인터넷 검색 그리고 도서관을 며칠, 혹은 몇 주 동안 찾아서 작성하고 검증까지 하다 보니 고생도 되지만 생각지도 않은 행운이 찾아 오기도 하네요. 그 동안 앤틱을 공부하면서 수도 없이 접했던 토마스 치펜데일의 책을 브리티시 라이브러리( British Library)의 고문서고에서 발견하고, 제 손으로 직접 만져 보는 순간 소름이 돋고,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을 맛 봤습니다. 250년이 넘은 고서적에서 나는 특유의 향기와 질감은 제겐 어느 명품에도 비할 수 없는 황홀함을 안겨주더군요. 책을 읽으면서 이런 책을 한국에 있는 앤틱 매니아 분들과 함께 보고 토론도 하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Cabinet
일단 아래 사진의 캐비닛 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전에 캐비닛 ,Cabinet 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 드릴까 합니다. 캐비닛은 과거 그 집안의 중요한 물품을 보관하는 장소이자 집안의 가구 중 큰 사이즈에 속하는 가구입니다. 17세기 이후에 캐비닛은 가구업자의 디자인 능력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발전 되면서 뷰로, 테이블, 드로어 등의 복합적 기능을 가진 캐비닛으로 발전합니다. 집안의 대표 가구 격인 캐비닛은 가장 솜씨 있는 장인 가구업자 에게 주문을 하게 되면서부터 Cabinet-maker라는 단어는 곧 솜씨 있는 가구장인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로 변형되어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습니다. 앞서 프롤로그에 언급한 토마스 치펜데일 또한 토마스 쉐라톤, 조지 헤플 화이트 등과 함께 유럽 가구 역사상 가장 뛰어난 Cabinet Maker 겸 디자이너 중 한 명입니다.

위 사진처럼 검은 칠을 한 가구를 재패닝(Japanning) 가구 라고 합니다. 마치 도자기를 영어로 차이나(China)라고 하는 것 처럼 검은 락커 (Lacquer) 칠은 유럽에서는 일본이 원조라고 생각한 듯 합니다. 그래서 우리 나라의 옻칠을 영어 단어로 찾으면 Japanning 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물론 옻 이라 것 자체가 우리나라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억울해 할 필요는 없지만 한.중.일 모두 가지고 있는 동일한 기술이 재패닝으로 불리게 된 것은 일본이 동양의 다른 나라 보다 먼저 가구를 통해 외국에 소개된 탓인 듯 합니다. 중국은 도자기를 일본은 옻칠을 한국은. 글쎄요 ………
베니스 출신의 마르코 폴로가 동양을 소개한 이후 동양의 검정과 붉은색의 신비한 색감을 가진 가구가 베니스를 통해 유럽에 소개되면서 베니스는 동양 무역을 통해 엄청난 부를 쌓게 됩니다. 당시 베니스에서 나온 가구만이 진품으로 인정되면서 유럽 각지의 왕족,귀족 부호는 모두 동양에서 온 저 신기한 색감과 디자인을 가진 가구를 갖기 위해 엄청난 돈을 지불하자, 베니스에서는 수요를 대기 위해 가구의 겉 껍데기만 벗겨와 붙여서 판매하다가 급기야 종이와 바니쉬를 여러 겹 덧칠한 모조품(Reproduction)을 만들기 시작하게 됩니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했던가요? 동양의 가구에 매료된 당시 유럽에서는 동양의 색감에 유럽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가구를 결합 시키기 시작합니다. 위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유럽 가구 위에 동양의 가구를 결합시킨 형태의 캐비닛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모방으로부터 시작한 시누아즈리, 동양풍(Chinoiserie)은 유럽 전역으로 급속하게 확산 되면서 시누아즈리 열풍은 새로운 가구 수요의 폭발적 증가를 가져오게 되고, 도저히 수입만으로는 해결이 안되자 동양의 전통적인 옻칠 방법을 알 수가 없었던 유럽의 창의적인 캐비닛 메이커들은 얇은 나무와 종이 조각, 고무 등을 덧대고 검정색과 붉은색의 물감을 여러 번 덧칠한 제품을 만들어 내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기법을 또한 파피에 마쉐, Papier-mâché기법이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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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컬러 재패닝, Japanning Cabinet, Venice, 17th Century 외부

레드 컬러 재패닝, Japanning Cabinet, Venice, 17th Century 내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검정색과 붉은색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한 유럽 장인들은 동양에 있는 기존의 재패닝 기법에서 아래 사진과 같이 한 단계 더 발전시킨 형태의 하얀색, 녹색, 핑크색등 다양한 색상과 형태를 가진 재패닝 가구 와 파피에 마쉐 기법을 합쳐 자신만의 독창적인 기술로 발전시키게 됩니다.

재패닝, Japanning Center Table Black Top with Red Leg

화이트 재패닝, 파피에 마쉐 장식 베드 테이블, Bed Side Table 17th,

그린 재패닝 파피에 마쉐 장식 캐비닛, Japanning Cabinet 17th England
이러한 가구에 무늬와 색상을 입히는 기술은 17세기를 지나 18~19세기에는 이르러서는 여러 가지 제품에 다양하게 응용되게 됩니다. 대표적인 것들이 아래 사진에 보이는 집안에서 주로 사용하거나 장식용도로 쓰이는 화병, 거울과 같은 제품들입니다. 이외에도 그릇, 촛대 등에도 응용되기도 하지만 대표적인 아래 사진 몇 개만 올립니다.

파피에 마쉐 장식 거울, AN ITALIAN BLUE, PINK AND IVORY PAPIER MACHÉ CHINOISERIE MIRROR 18th Century

파피에 마쉐 장식 화병,TURNED WOOD AND PAPIER MÂCHÉ CHINOISERIE DECORATED VASES 19th Century

파피에 마쉐 장식 화병, PAIR OF FRENCH CHINOISERIE VASE 19th Century
앞서 '시누아즈리 Chinoiserie' 로 대변되는 동양풍이 서양의 가구 디자인에 미친 영향과 변화에 대해서 말씀 드렸습니다. 이번 캐비닛 마지막 이야기 에서는 재패닝 기법이 18~19세기 산업 혁명을 거치면서 어떻게 발전 되었는지 그리고 우리 생활에 어떻게 변화된 모습으로 왔는지 알려 드릴까 합니다. 결국은 우리가 주변에서 가구를 만들던 장인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었던 기술이었지만 이렇게 변화 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아닌가 싶어서 따로 페이지를 만들어 봤습니다.
영국 웨일즈 지방에 가면 '폰티풀, PontyPool' 이라는 조그만 도시가 있습니다. 이곳에서 재패닝 기술 중 일부를 이용해서 금속에 첫 오일을 이용하여 바니쉬 도금을 하게 됩니다. 요새는 많이 쓰이지 않지만 당시에는 코팅된 면은 검은색을 띄지만 아주 단단한 결합으로 금속 산화와 부식을 방지하는데 혁신적인 기술로 인정받습니다.

PontyPool Japanned Tea Pot 18th, UK
재패닝 가구를 장식하는 기술로 사용했던 파피에 마쉐 기법은 발전을 거듭해서 '데쿠파주 Decoupage' 라는 새로운 형태의 기술로 진화를 하게 됩니다. 이 데쿠파주 기법은 현재 까지도 인기 있는 기법 중 하나로 집안 꾸미는데 관심 있는 주부님들은 아마 데쿠파주 기법을 백화점 같은 곳에서 하는 주부 강좌를 통해서 많이 배우시는 것 같더군요.



데쿠파주 기술을 응용한 가구와 그릇, Decoupage art
비단 이러한 재패닝 기술의 응용은 가구 등 인테리어 제품에서 벗어나 산업혁명이 폭발하게 되는 19세기에 이르러서 절정을 맞이 하게 됩니다. 바로 자전거의 금속을 보호하기 위해서 적용한 재패닝 기술은 소비자들에게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게 됩니다. 번쩍번쩍하게 검정색 광이 나는 새로운 금속이 등장하게 된 것이죠. 이렇게 자전거 표면을 코팅하는 형태는 현재까지도 그대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자전거에 사용한 금속 코팅 기술은 동시에 자동차, 선박, 비행기, 철도 등등 이루 헤아리기 힘들 만큼 많은 분야로 적용되게 됩니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게 된 모든 형태의 페인트 라커, 바니쉬의 발전은 결국 이렇게 동양에서 들여온 옻칠 기법을 알지 못해 모방 품을 만들던 유럽의 장인들에 의해 수백 년 동안 꾸준히 발전되어온 결과물 입니다.

동양풍, 중국풍으로 대변되는 중세 시대의 시누아즈리가 최근 21세기 들어 또 다시 한번 중국이라는 나라에서 시작되어 유럽을 넘어 전세계로 확산 되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이젠 중국제가 아닌 것을 찾기 힘든 세상이 되었고 유학을 가고 중국어를 공부하는 학생이 부쩍 늘어 난지 한참 된 것 같습니다. 정말 역사는 돌고 돈다고 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시누아즈리 풍을 이끌던 도자기 메이커 " 로얄 델프트 Royal Delft" 의 찻잔을 응용한 작품 "찻잔 속의 조용한 태풍'을 올리면서 캐비닛 이야기를 마칩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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